Blog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삶속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새로운 블로그 글이 등록될 때마다 이메일로 알려드립니다!)

[인사이트] 행복의 기준

고승원
2025-02-16


어릴 적부터 마음 한구석에는 ‘왜 우리 집은 이렇게 평범하지 못할까’라는 궁금증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가 별거 중이었고, 경제적인 형편도 좋지 않아 다른 아이들이 당연하듯 받아들이는 소소한 즐거움조차 누릴 수 없었다.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면 엄마, 아빠가 함께 올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속상했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부모와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매번 함께 뛰고 웃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 소풍을 갈 때면 도시락을 챙기지 못해 부러운 시선으로 친구들의 도시락 통을 바라보곤 했다. 점심 시간이면 친구들 몰래 운동장으로 나가 수돗물로 배를 채워야 했다. 그때의 나는 부끄러움과 서러움을 달래며 ‘언젠간 나도 평범한 가정처럼 살 수 있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희망은 내 안에서 점점 커다란 동력이 되어 갔다. 어려웠던 형편이 싫었지만, 그럴수록 하루하루 더 열심히 지내자고 마음먹었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노력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무엇이든 시도하는 데 거리낌이 줄어들었다. 힘겨울 때면 ‘조금만 더 버티면, 조금만 더 달려가면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나를 붙잡아주었다. 그 덕분에 지금의 나는 과거에 상상조차 못 했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개발자로서 기술을 다루기도 하고, 컨설턴트로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하며, 책에 내 생각을 담아 작가가 되기도 하고, 투자자나 창업가로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어느 것 하나 내가 싫어하는 일은 없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확장해나가는 과정이 신기하게도 즐겁고, 거기서 느끼는 활력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소중함을 더 크게 실감하게 해주는 건 가족이라는 존재다.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어린 시절 간절했던 소망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 주변에서 흔히들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 식탁 풍경’이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귀한 선물 같다. 저녁이 되면 아이들과 조잘대며 하루를 공유하고, 주말에는 함께 나들이를 떠난다. 운동회나 소풍 날에 늘 혼자였던 내 지난 기억과 비교해 보면, 이렇게 평범한 가정을 이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특별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 시절에는 거울을 보며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온전한 내 모습으로 아이들 곁에서 웃고, 울고, 느끼고, 배우는 순간들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 속에서는 좀 더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거닐며 살아보고 싶다. 지금도 해외 여러 도시를 오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고 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을 하면 기대와 설렘이 가슴을 뛴다. 낯선 거리에서 마주치는 풍경과 언어, 그리고 그 공간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글로 써서,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또,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주고, 그들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멘토가 되고 싶다. 예전에 나 자신도 작은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용기를 주었는지 잘 알기에, 그 누군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과거를 돌아보면 그 시절의 외로움과 가난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한때는 그것들이 너무나도 부담스럽고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덕분에 어릴 적 내겐 그토록 큰 상처였던 순간들이 이제는 감사의 마음으로 되살아난다. 그런 지난날을 통해 현실의 풍요와 따뜻함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 사랑하는 가족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앞으로의 내일에도 용기를 품고 걸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언젠가 바라던 평범한 꿈을 이미 이룬 지금, 그 다음 이야기는 더 마음껏 펼쳐보자고. 뻗어나갈 곳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니까. 그리고 그 길 위에서 혹시 넘어지더라도, 이미 깨달은 것들이 있으니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린 시절에 외로움이 내 마음을 깊게 울렸다면, 지금은 가족의 품이 나를 감싸고, 다양한 도전과 경험이 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그 모든 순간을 고이 간직하며, 앞으로도 조금씩 걸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함께 이어지는 가장 소중한 일상이 될 것이다.


SEUNGWON.GO

contact

Email:  seungwon.go@gmail.com

social


main

Contact

Email:     seungwon.g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