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삶속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새로운 블로그 글이 등록될 때마다 이메일로 알려드립니다!)

[책]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 - 캐스 선스타인

고승원
2025-03-23

캐스 선스타인의 저서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의 영어 제목은 ”How To Become Famous”로 언뜻 보면 ‘유명해지는 방법’을 가르쳐줄 것 같은 제목을 달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제목이 사실상 속임수에 가깝고 유명해지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즉, 이 책은 누구라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유명세 매뉴얼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명함’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되는지, 그 복잡한 과정을 사회학·심리학·네트워크 이론 차원에서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아이코닉(iconic)’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어떤 존재를 ‘상징적’이라고 느끼는 과정을 서술한다. 1장 ‘슬라이딩 도어’는 삶을 바꾸는 계기가 어떻게 사소한 선택과 우연에서 비롯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대중의 눈길을 한꺼번에 끌어들이는 폭발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장 ‘충격과 놀람’과 3장 ‘마술’은 이름 그대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단번에 붙드는 ‘서프라이즈 효과’를 강조한다. 뻔한 이야기 대신 예상치 못한 반전과 신비감이 결합될 때, 대중의 본능적 주목이 끌려온다는 것이다. 4장 ‘방 안의 코끼리’는 모두가 알고도 말하지 않는 불편함을 제대로 건드릴 때, 오히려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어떤 금기 같은 주제를 정면으로 끌어내면, 그동안 억눌려 있던 반응이 폭발적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2부는 여러 사례를 통해 ‘아이코닉’이 되기 위한 복합적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유명 작가의 탄생’ 장에서는 작가들이 독자의 시선을 강력하게 붙드는 문장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명성을 쌓아가는지 이야기한다. ‘스타워즈가 만들어낸 포스’ 장에서는 전 세계를 뒤흔든 스타워즈 열풍이 어떻게 일어나고 확산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여기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두드러지는데, 이미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의 집단이 커질수록 그 작품에 대한 인지도와 흥미도가 더욱 빠르게 넓어진다. ‘거부할 수 없는 스탠 리’ 장에서는 스탠 리가 일으킨 마블 신드롬을 보여주는데, 이때는 평판 폭포 현상이 돋보인다. 특정 콘텐츠나 사람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 그 평판이 연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더 많은 이들이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밥 딜런의 사례는 ‘습관화’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계속 반복적으로, 그러나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변화(탈습관화)를 가미함으로써 대중이 그를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후디니의 사례는 목숨을 건 도전이 어떻게 신화가 되는지 보여주는데, 입소문이 일종의 정보 폭포를 일으켜 “그 광경은 꼭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삽시간에 퍼진다. 에인 랜드의 ‘컬트’ 현상은 양극단의 지지자와 반대자를 동시에 만들어내면서, 그 이름을 둘러싼 논쟁을 증폭시켰다. 여기서 작동하는 것이 집단 양극화다. 좋아하는 이들은 더 열성적으로 몰입하고, 싫어하는 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배척하면서, 결국 모두가 그 작가 이름 앞에 뜨겁게 반응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비틀즈의 ‘존, 폴, 조지, 링고’를 다룬 부분에서는, 그들의 음악이 단순히 ‘잘 만든 곡’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어 전 세계 대중문화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과정을 짚어낸다.

 이 모든 사례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유명함”이란 단순히 ‘재능 +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운과 시대정신, 그리고 마테 효과가 결합된다. 한 번 인정을 받고 주목을 받으면 점점 더 많은 기회와 명성을 쌓게 되는 이른바 “무릇 있는 자는 더 받는다”는 현상이 작동한다. 동시에, 주목받는 일이 계속되면 정보를 접한 사람이 늘어날수록 더욱 폭포수처럼 관심이 쏟아지는 정보 폭포와 평판 폭포,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영향을 받으며 특정 콘텐츠에 집단적으로 몰려드는 네트워크 효과가 커진다. 이것이 어느 한 사람이나 작품, 혹은 그룹을 ‘아이콘’으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원리를 설명하면서도, 결코 “이 공식대로만 하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21페이지에서 밝혔듯 제목이 ‘속임수’임을 인정하며, 확실한 비결 따위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례와 개념을 접하다 보면, ‘유명함’이란 그저 뜬금없는 행운이나 천재성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나 캐릭터, 음악, 아이디어에 열광하고 그것을 퍼뜨리는 과정을 세심하게 읽어내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왜 저 사람만 그렇게 유명해졌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훨씬 더 복합적인 답변을 할 수 있게 된다. 마테 효과, 정보 폭포, 평판 폭포, 네트워크 효과, 집단 양극화 같은 개념은 스타 탄생 뒤편에 어떤 기제들이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훌륭한 키워드가 된다. 그 결과 책이 처음에 암시했던 ‘유명해지는 법’을 배우는 대신, ‘유명함’이라는 현상 자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얻게 된다. 


#알아두자
마태효과(Matthew Effect)는 사회적, 경제적 현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 용어는 신약성서 마태복음의 구절에서 유래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25장 29절) 즉, 처음부터 특정한 이점(재능, 부, 명성 등)을 가진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을 얻게 되는 반면, 초기의 이점이 부족한 사람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원리다.

정보 폭포(Information Cascade)는 개인이 자신이 직접 얻은 정보나 판단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선택이나 행동을 보고 이를 따라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특정 정보가 연쇄적으로 전파되면서 점점 많은 사람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현상으로, 때로는 잘못된 판단이나 잘못된 정보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도 있다.

평판폭포(Reputational Cascade)는 특정 의견이나 행동이 실제 가치나 정확성보다는 다수의 선택이나 대중적 평판을 따르는 방식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판단이나 믿음보다는 타인의 판단이나 행동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흐름이 연쇄적으로 나타나 빠르게 확대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사용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한 명의 새로운 사용자가 참여할 때마다, 기존 사용자 모두가 얻게 되는 가치가 증가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SEUNGWON.GO

contact

Email:  seungwon.go@gmail.com

social


main

Contact

Email:     seungwon.g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