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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고승원
2025-07-05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겉보기에는 자신감의 또 다른 이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정의 중간 지점에 천막을 치고 평생 그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생성형 AI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우리는 텍스트 생성, 이미지 생성, 코드 작성, 심지어 음악과 영상 제작까지 단숨에 시연해 보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마치 초능력을 손안에 쥔 듯한 착각에 빠져, “나도 이제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속삭임이 귓가를 맴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경계심은 극도로 무뎌지고, 배움의 수맥은 메말라 버린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의 편안함이 “정말 잘함”을 가로막는 가장 치명적인 장벽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새로운 기술이 문턱을 낮추면 기쁨과 함께 안도감을 느낀다. 가령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했을 때 누구나 출판물 수준의 문서를 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책이 돈이 되는 사람은 결국 문장력과 기획력을 끊임없이 연마한 소수였다. 디지털 카메라의 자동화 기능이 사진의 문턱을 낮췄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초점을 맞추고, 노출을 조정하고, 필름을 현상하는 번거로운 과정은 사라졌지만, ‘빛을 읽는 눈’과 ‘장면을 해석하는 감각’은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생성형 AI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클릭 몇 번, 프롬프트 몇 줄이면 블로그 글을 만들고, 로고를 디자인하며, 간단한 앱까지 배포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진짜 시장은 “어느 정도” 품질의 결과물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예리함과 깊이를 갖춘 산출물만이 가치를 인정받는다.

더욱이 생성형 AI가 몰고 온 파도는 전례 없는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AI가 쏟아내는 평균 이상의 결과물은 하루가 다르게 상향 평준화된다. 어제 ‘괜찮다’고 평가받았던 수준이 오늘은 진부해 보이고, 내일이면 아예 가치 없이 무료로 배포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상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빨리 ‘평균 이하’로 전락한다. 어설픈 단계에 머문 창작자는 늘어나는 경쟁자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한때 경쟁력이라 여겼던 스킬은 순식간에 공용재처럼 소비된다. 시장은 평균적인 결과물에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전문가의 정교함과 깊이를 품은 산출물, 혹은 누구도 제시하지 못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관점만이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처럼 가파른 기술 곡선 앞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세 가지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연마를 멈추지 않는 장인정신이다. AI가 대신해 주지 못하는 핵심은 맥락을 읽는 능력, 통찰을 끄집어내는 힘,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사다. 글을 예로 들면, 단순한 문장 생성은 AI가 빠르게 대체하지만, 맥락을 해석하고 메시지를 설계하며 독자의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구조는 여전히 인간의 깊은 이해와 훈련된 감각이 요구된다. 즉, AI는 도구일 뿐, 도구를 통해 실현할 ‘작품의 영혼’은 저자의 숙련도로 결정된다.

둘째, 겸손한 메타인지다. AI가 보여주는 결과물에 쉽게 감탄하고 자만하기보다는, 결과물의 한계를 냉철히 파악하고 개선점을 탐색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라는 자기 진단은 많은 경우 감정적 추정에 가깝다. 객관적인 평가 척도를 세우고, 높은 기준을 적용하며, 스스로를 혹독하게 검증해야 한다. 이는 사람의 눈뿐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AI가 작성한 마케팅 카피가 실제 전환율을 얼마나 높였는지 측정하고, 개선된 버전을 끊임없이 실험함으로써 ‘정말 잘함’에 가까워질 수 있다.

셋째, 차별화된 문제 설정 능력이다. 생성형 AI가 포화된 무한 복제의 시대에는 ‘어떤 문제를 풀이할 것인가’가 곧 경쟁력이 된다. 누구나 비슷한 수준의 텍스트 요약이나 아이디어 발상을 수행할 수 있지만, 가치를 창출하는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는 사람은 드물다. “어느 정도”의 기술 숙련으로는 새로운 지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시장의 빈틈, 독자의 숨은 욕구, 특정 업계가 간과한 불편을 찾아내고, AI를 결합해 해결책을 설계하는 능력, 이것이 결국 돈이 되는 분야를 여는 열쇠다.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위험한 상태를 경계하며, ‘정말 잘함’으로 도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과 냉정한 피드백, 그리고 고유한 문제 설정이 필수적이다. 이런 노력을 쌓아 간다면,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뿐 아니라, AI를 발판 삼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사실 “정말 잘함” 역시 도착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기술이 한 발 앞서 나갈 때마다 우리의 ‘정말 잘함’도 한 뼘씩 더 깊어져야 한다. 그렇게 끝없는 계단을 오르듯 정진할 때, 비로소 AI 시대의 무한 경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실력과 차별화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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